토도마키 고전 AU

-토도는 언젠가 갸후( @_GyaHo)님이 푸셨던 고전 au 설정을 따랐습니다.

-일단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했지만 제 입맛대로 바꿔 썼으니 설정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ㅎ..




 마키시마 가문의 본가가 자리한 곳은 소호쿠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집들은 서른 채가 못되었고 제법 험준한 산 아래에 있어 마을 토박이를 제외하면 오가는 이 또한 드물었다. 그러니 건넛집 식기 수를 아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요 옆집 처녀와 혼인을 약속하게 된 사내의 이름이 삼일만에 온 마을에 퍼지게 되는 것 정도는 예삿일이다. 이렇듯 작은 산밑 마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단연 마키시마 가다. 본래 마을의 유지였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누군가는 있는지도 모를 조그만 마을에서 나랏님이 신임하는 신하가 나고 자랐다는 데에 대한 뿌듯함이 더 큰 이유다. 도성 내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저택이 있으면서도 산아래 마을의 집을 본가라 칭하며 자식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그 곳에서 생활하게 하는 마키시마 가 특유의 전통은 온 소호쿠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이 곳에서 성인이 된 장남은 주로 과거를 보고 가문을 잇기 위해 상경했고 계집아이들은 혼례를 치룸과 동시에 본가를 떠났다. 벼슬에 뜻이 없는 사내애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본가에 남았으나 그런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최근에는 모두 마을을 떠나 한동안 본가에는 마키시마 성을 지닌 성인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마을사람들이 들은 이야기는 조부 적부터 마키시마 가에서 일을 한 아범에게서 나온 것으로, 지금 가주의 배다른 동생이자 아직 혼례를 치루지 않아 본가에 남아 있는 여식의 배다른 오라비인 사내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마키시마 유스케라고 했다. 품이 넓은 옷자락 속에 묻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호리호리하게 마른 마키시마 유스케는 사내답지 않은 나븟한 발걸음과 얌전한 말씨의 소유자였는데 여인이나 쓸 법한 말씨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서,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그는 몇 쌍의 눈들이 저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 많은 눈길이 무색하게도 마키시마 유스케가 마을에 발을 들인지 두 해가 지난 날에 이르러서도 마을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서한을 자주 주고 받는 친우가 있다는 것 뿐이었다. 


 물이 차다. 냇물에 발을 담근 채 마키시마 유스케는 소름이 돋아난 팔을 연신 쓸어내렸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흐르는 시내는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아서 평소에는 빨래하는 아낙들과 멱을 감는 아이들로 붐벼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그가 즐겨찾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난히도 쨍쨍 내리쬐는 해는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근처에서 땀이나 조금 식히려던 것이 잔치 준비로 온 마을이 바쁜 탓에 허전하다 싶을만치 냇가가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잘됐다 싶어 냉큼 신을 벗고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아무도 몰래 나오길 잘 했다 생각하며 눈을 감은 마키시마는 예까지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마을의 소리에 조금 웃었다. 제게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눈길 때문에 마주치는 것을 피할 뿐이지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누이의 혼례날로, 사람들은 잔치 준비다 뭐다 해서 며칠전부터 분주했다. 마키시마 가 여식은 반드시 본가에서 혼례를 올려야하므로 드물게 마을에 손님이 오는 날안 탓도 있다. 여하간에 잔치란 즐거운 것이라 간만에 신이 난 이들 덕에 마키시마도 덩달아 들뜬 참이었다. 오후 늦게나 도착한다는 신랑에 마음 졸이는 누이를 달래주고는 도저히 안에서 서책이나 읽고 앉아있을 수는 없어 시비들 모르게 집을 빠져나왔다. 누구보다 동생들을 아끼는 형님이니 신랑감은 어련히 잘 골랐겠지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는 오라비를 위해 매일 말벗이 되어주던 다정한 아이이기에 더 그랬다.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보지 못 할텐데.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얼굴을 봐 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마을 입구에서 기웃거리는 사내를 발견했다. 보아하니 신랑 측에서 보낸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경계하며 다가가려는데 마침 두리번 거리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진파치?"

"오, 마키! 자네가 여기 있어서 천만 다행일세!"

 

만면에 웃음을 띄고 제게 다가오는 자는 틀림없는 토도 진파치다. 웬일인지 종도, 화려한 비단옷도 없이 심심한 차림새다. 물론 분신같은 머리장식은 여전해서 그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지만 평소 눈에 띄기 좋아하는 성품인 것을 모르지 않아 마키시마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이 누이의 혼례날이라면서! 어찌 내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수가 있나 마키!" 


과장된 표정으로 슬픔을 표현하던 토도가 별안간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놀고 있던 마키시마의 손에 쥐어주었다. 축하의 의미로 창고에서 슬쩍 해 온 선물일세. 햇볕에 반짝이는 것은 자개로 장식한 작은 손거울이다. 보아하니 꽤 값이 나가는 물건 같은데 슬쩍 했다는 것은 거짓이고 제 돈을 주고 샀음이 분명해 마키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럴까봐 그랬다는 거잖니. 알면 찾아오고도 남을 테니까. 우리 나라가 아직 너희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잊은거니? 그렇게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다간 끌려가는 수가 있단다."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홀로 왔지 않아. "


그 꼴사나운 머리장식이나 벗고 말하렴. 투덜거림에 토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마키시마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래 내가 경솔했네 사과하지. 자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자네 누이에게 인사는 하고 가야지 않겠나. 설마 자네 여태 내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은건 아니겠지?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내라는 생각에 마키시마는 한 숨을 내쉬었다. 


"누이가 자네를 닮아 곱더군." 

"글쎄. 날 닮았다면 곱다는 말이 그리 쉽게 나오지는 않을텐데." 


 마키시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당에서는 식이 한창일 것이다. 신랑이 도착한지 꽤 되었으니 아마도 지금쯤 술잔을 나누고 있지 않을까. 사랑에 박혀 있으니 당최 알길이 없지만 마키시마는 그런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기실 애초에 토도를 데리고 사랑채에 틀어박힌 것 부터가 그가 자처한 일이다. 얼굴은 보았으니 되었다. 식까지 보면 마음이 안좋아질 것 같아서, 그리고 제가 누이의 곁에 있을 때 받을 시선이 달갑지 않아 그리 했다. 토도의 선물은 잘 전해주었다. 누이는 무척 기쁜 얼굴로 손거울을 받아들고는 언질도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제 곁에 선 토도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라버니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말에는 저도 토도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마키. 멍하니 장지문 너머를 바라보던 마키시마는 저를 부르는 토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짖궂은 얼굴을 한 그의 손에는 종이 뭉치가 한 다발 들려 있었고, 꼭 필요한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저런 건 어디서 났나 고민하는 사이 토도가 입을 열었다. 


"마키 난 정말 기쁘다네."

"무슨 소리니?" 

"내가 보냈던 서한들을 자네가 모두 간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네." 


 그제서야 마키시마의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거 이리 내놓으렴! 급히 일어섰다가 행여 다과상이라도 엎을까 멈추는 바람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 마키시마에게 토도는 순순히 종이뭉치들을 건네 주었다. 구석에 있는 작은 서랍에 넣어놓았던 것들인데 언제 또 귀신같이 찾아냈는지.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려 찻잔을 들었지만 토도는 또 저를 방해한다. 잔을 쥔 양 손을 제 손으로 덮더니 누이도 혼인 했겠다, 이제 마키시마 성을 가진 이들 중에 혼례를 치루지 않은 사람은 자네 뿐인데, 혹시 내게 시집 올 생각은 없나? 하는 것이다. 


"방금 그 말은 농으로 알테니 부디 그 입 좀 다물려무나."


 사내에게 시집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마키시마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양손은 그에게 붙잡힌 채다. 비록 가업을 잇기 위해 상단 일을 돕고 있지만 토도는 무예에도 능해서, 잡아오는 힘이 보통이 아닌지라 마키시마는 그저 내버려두었다. 제가 불편하면 놓아주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농이라니 마키. 이건 내 진심일세. 시집 오란 소리야 그럴지 몰라도 내게 와달라는 뜻은 그렇지 않아."


마키시마는 낮게 가라앉은 토도의 눈을 보고서야 이것이 그저 웃고 넘길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네 부인은."

"아직 사리분별도 못할 적에 억지로 맺어진 사람이야. 마키, 부탁이다 제발. 이곳에 있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자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아." 


 물론 잘 알고 있다. 첩의 자식, 그것도 기생이었던 여인을 어미로 둔 자가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다. 행여 가문의 누라도 될까 조용히 살아야하는게 현실이었고, 지금 가주인 그의 형도  타고난 성품이 온화하여 어미가 다른 아우 또한 극진히 아꼈지만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세간의 시선은 어찌할 바가 없던지라 마키시마가 비교적 자유로이 살 수 있도록 그에게 본가를 맡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키시마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토도 진파치는 그 찰나를 놓칠 사내가 아니었다.


"이건 친우로서 하는 이야기네. 자네의 검 실력은 내가 잘 알지. 그리고 자네 몸이 평생 이 곳에 얌전히 갇혀있는 걸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것도. 장담컨데 내 제안을 거절하고 여기 남는다면 자네는 십 년도 더 일찍 죽을걸세."


 이거야 숫제 협박이 아닌가. 마키시마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열 살 짜리 어린애도 저런 설득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야 앞으로 하코네의 산신이 제게 미모와 무예실력, 그리고 말재주를 주었다며 떠들고 다니지도 못하게 생겼다. 

"미안하지만 그런 협박은 좋아하지 않아."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토도의 눈이 빛났다고 생각했다. 마키시마는 어디 한 번 더 이야기해 보라는 뜻으로 그를 가만 바라보았다. 꾹 다물었던 입술이 떨어짐과 동시에 제 손을 덮고 있던 손이 깍지를 껴왔다. 손 마디마디로 토도의 체온이 전해져왔다.


 "그리고 자네의 하나뿐인 정인으로서 말하자면, 이 나이 먹고 자네 서한을 보면서 수음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네."


 쿠핫, 마키시마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그래, 이런 쪽으로도 묘한 재주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 웃음을 가장 쉽게 끌어내는 이는 분명 토도 진파치일 것이다. 웃음은 그칠 듯 그칠 듯 하면서도 그치지 않아서 마키시마는 입을 틀어막고 한동안 숨을 참은 뒤에야 말을 할 수 있었다. 이것 참,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이유잖니.  그렇지? 그러니 마키 부디 내 호위무사가 되어다오. 내 형님께는 잘 말해 놓겠네. 어느새 사이에 놓여있던 다과상을 옆으로 치운 토도가 웃어대느라 끝이 발개진 마키시마의 눈가를 매만지며 속삭였다. 그리고 승낙하는 김에 한참 자네를 보지 못해 쌓인 내 외로움도 달래주면 더욱 좋고. 능글맞기가 아주 구렁이 뺨을 치는구나. 어디, 하는 거 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참을 손으로 지분대던 눈가에 입술이 내려앉는다. 마당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마치 꿈결처럼 귀를 두드렸다. 






-

쓰고 나니 캐붕의 향연..됴륵..8ㅁ8


 넣고 싶었지만 기력과 필력이 딸려서 못 넣은 이야기. 마키시마의 어머니는 기생으로 마키시마의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마키시마를 낳았습니다. 그러고는 기방 사람들에게는 먼 친척의 아이라면서 뻥을 치고 그 곳에서 마키시마를 길렀고, 기방에서 기생들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마키시마의 말투나 발걸음 같은게 저렇게 굳어졌구요. 그렇다고 해서 여자애처럼 자란 건 아니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면서 기방에 놀러오는 무사들한테 알음알음 검술을 배웠고, 그 쪽에 소질이 있었던터라 금방 자기만의 검술을 만들어내서 그 근방에서는 무예로 제법 알아주는 청년이 됩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얼마 전에 아버지가 찾아오고 가문으로 들어와라 거기 들어가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싫다 꺼져라 하는 와중에 토도를 만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유언이 아버지 말 대로 하라는 것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가문에 들어왔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형님이 가주가 되어 마키시마 뜻을 최대한 존중해 본가로 내려보냈다는 그런 이야기... 

토도가 신아라 언급하는 것도 넣고 싶었지만 처참히 실패. ㅁㅁ뭐야 이렇게 쓰고 나니까 된 게 없잖아 그냥 다 썼다는 데에 의의를 두도록 합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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