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 자체 전력 60분 [커피 한 잔 어때요?]


11월 29일 자체 전력 60분  

주제: 커피 한 잔 어때요?


 입사 이래, 아니 입사 전의 인턴 때까지 포함해서 장그래는 이런 한석율은 처음 보았다. 성 대리의 일로 곤란해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품이 훌륭하시네 어쩌네 했지만 장그래의 눈에는 그가 한석율에게 은근슬쩍 일을 떠넘기는 게 뻔히 보였었고, 오래지 않아서 한석율도 이를 알아 차렸다. 그가 제게 도움을 구했을 때에 시큰둥했던 건 입사 피티 때 저 했던 짓을 당해보라는 심보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능청스럽게 잘 들이대는 그 성격으로 어떻게든 잘 해결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를 포함한 동기들을 불러내서 허공에 대고 소리 소리를 지른 후 성 대리에게 선빵을 날릴 거란 얘기를 들은 날에는 제 예상이 빗나갔음을 느꼈지만, 그래도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평소대로 친한 척 은근슬쩍 잘 넘길 거란 장그래의 생각과는 달리-선빵 운운할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지만- 한석율은 직구를 더 선호했던 모양으로, 오 차장의 심부름으로 들른 16층에는 성 대리에게 잔뜩 깨지고 있는 한석율이 있었다. 천장이 무너져라 소리를 지르다가 마지막에는 한석율의 얼굴에 쥐고 있던 자료를 내팽개친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하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돌아선 한석율의 얼굴은 이마 끝까지 붉었지만 뼈 마디가 다 드러나도록 쥐고 있는 주먹은 허옇게 질려있었다. 보이지도 않는지 제 옆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던 장그래는 재빨리 탕비실을 향했다. 

"...커피, 드실래요?"

 한석율은 제법 놀란 눈치다. 한참을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탓에 종이컵을 내밀고 있는 팔이 아파와서 장그래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싫으시면 말구요. 거두어지는 팔에 그제서야 한석율은 펄쩍 뛰며 제 몫의 커피를 가져왔다. 컵에 입을 가져다 대고 커피를 홀짝이면서도 그는 슬금슬금 장그래의 눈치를 본다. 언제나처럼 저의 일방적인 스킨십, 혹은 애정공세에 철벽으로 일관하던 장그래가 이렇게 나오니 의아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장그래 혹시 여기 침 뱉고 막 그런 건 아니지?"

장난스럽게, 그렇지만 반쯤은 진심이 섞인 말에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장그래는 눈을 흘겼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오, 장그래 커피 타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 바리스타 해도 되겠어! 고작 인스턴트 커피 한 잔 가지고 있는 호들갑, 없는 호들갑을 다 떨어댄다. 한 숨을 쉬려다가 시끄럽긴 해도 이 쪽이 낫지, 생각한 장그래는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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