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가/ 마지막 겨울

마지막 겨울


 눈이 내렸다. 올해의 첫눈이었다. 아침에는 조금씩 흩날리다가, 점심 즈음에는 눈발이 제법 굵어져서 부활이 끝났을 때에는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하얗고 차가운 것들에 뒤덮여 있었다. 이래서야 도저히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다며 울상이던 히나타는 금세 눈밭을 펄쩍거리며 뛰어다녔다. 다들 혈기왕성하네- 웃어넘겼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던 히나타는 결국 미끄러져 카게야마에게 부딪혔고, 으르렁거리던 둘을 말리다가 얼떨결에 한바탕 눈싸움을 하고나서야 카라스노 배구부원들은 교문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이치상, 첫눈도 왔는데 오늘은 고기만두 없나요?"

 기대에 찬 타나카의 물음에 사와무라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요새 좀 무리를 했더니 지갑 사정이 안좋아서. 하긴, 좀 쳐먹었어야지. 노골적으로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보며 비아냥 거리는 츠키시마 덕에 다시 발발할 뻔한 눈싸움을 막은 건 스가와라였다. 웃으며 자연스럽게 츠키시마를 떼어놓는 그 솜씨는 이 방면에 프로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라 사와무라는 작게 웃었다. 곁에 있던 아즈마네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츠키시마를 제일 잘 다루는 건 스가 같지? 글쎄. 난 굳이 츠키시마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제일 잘 아는 건 스가라고 생각하는데. 네가 아니라? 나야 뭐,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는거고. 그것보다 아사히 그렇게 웃으니까 진짜 아저씨 같아. 겨우 셋을 말리고 1,2학년들과 작별인사를 한 스가와라는 상처받은 아즈마네를 달래느라 다시 진땀을 빼야 했다.


"넌 아사히한테 너무 엄해."

"한심한 초심자라 그래. 너도 아사히한테는 다른 녀석들한테 하는 것 만큼 친절하지 않잖아."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아사히는 소심해서 가끔 기를 살려줘야 된단 말이야. 알아들으셨습니까 주장? 네네. 사와무라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스가와라는 결국 진지하게 굳히고 있던 표정을 풀었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어. 역시, 우릴 제일 잘 아는 건 스가라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묻는 스가와라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사와무라가 답했다. 그런 게 있어. 


 첫눈은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진짜 겨울이 왔다는 느낌. 춘고가 정말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실감났다. 아직 길 옆으로 치워지지 않은 눈이 운동화에 밟히며 뽀득거리는 소리를 낸다. 사와무라는 조금 감정적이 되었다.

"마지막 겨울이구나."

 한숨처럼 내뱉은 소리에 앞서 걷던 스가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봤다. 

"갑자기 웬 아사히 같은 소리야?"

 하하, 확실히 아사히가 할 만한 말이긴 하네.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애들 앞에서는 그런 얘기 하지마. 사와무라는 손사래를 쳤다. 안해, 안해. 그러니까 그런 얼굴로 노려보지 마.

"그냥, 곧 있으면 졸업이구나, 싶어서." 

 카라스노 고등학교의 배구부원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와무라는 배구를 좋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진학 후에도 배구를 하고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가와라와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걸음이 멈춘다. 그 후에 너와 나는,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안바뀌어."

 어? 놀라 바라본 스가와라의 표정은 담담했다. 방금 졸업하면 다 끝이겠거니, 뭐 이런 생각하고 있었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스가와라가 눈살을 찌푸린다. 뭐야,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야? 

"그, 뭐랄까, 역시 눈이 내려서 그런가, 감성적이.."

 되어버려서, 라는 뒷말은 얼굴로 날아들어온 눈덩이에 묻혀버렸다. 푸하, 스가! 눈덩이가 날아온 곳에는 상쾌한 얼굴로 손을 털고 있는 스가와라가 있다. 

"멍청이 다이치, 그런 건 그 때 가서 생각해. 참고로 나는 졸업하고 나서도 너랑 소원해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까. 혹시라도 나랑 헤어지고 캠퍼스 커플인지 뭔지 해서 예쁘고 귀여운 여자애랑 만날 거라면 매일 쫓아다니면서 잔뜩 훼방 놓을거야. 사실은 저랑 이 녀석이 고등학교 때 배구부 엄마 아빠로 유명했거든요, 하면서." 

 그러니까 걱정 하지마. 내일 모레가 경기인데, 주장이 그러고 있으면 쓰겠어? 아프지 않게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툭 치며 스가와라가 웃었다. 말갛게 웃는 그 얼굴에는 신기한 힘이 있노라고, 사와무라는 언제나 생각해왔지만 지금만큼 그걸 절실히 느낀 적은 없었다. 쓸데 없는 생각이 사라지고, 확신이 그 자리를 채운다. 어느새 사와무라의 얼굴에도 스가와라와 비슷한 미소가 자리잡았다. 마지막 겨울이라니 당치도 않은 걱정을 했다. 너와 함께할 수많은 겨울 중에서 오늘은 시작의 끝일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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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생각했던 소재인데 오늘 버스에서 심심해서 슥슥- 기념적인 다이스가 첫연성! 내 안의 스가는 천사에 다이아 멘탈인데 그걸 표현하기가 쉽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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