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키시마 유스케는 편지를 쓴다
- PN/2
- 2014. 5. 4. 10:57
토도마키
토도에게
날씨가 최악이야. 하루종일 비만 내려. 덕분에 몸도 축축 쳐져서 아직 짐 정리도 다 못 끝냈네. 지금 쯤 너는 자고 있겠지? 시간 때울 일이 없어서 아무 종이나 집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편지라는 건 좋구나. 통화할 때 보다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쓸 수 있다는게. 마음에 안 들면 고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앞으로 너랑 전화할 때 깜빡 잊고 하지 못한 이야기 같은건 이렇게 적어 보낼까봐. 로드는 들고 왔어. 도착하자마자 조립해서 밖에 세워놓기는 했는데 글쎄 여기는 주로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 많다고 하니까 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다.
어, 지금 보니까 이 종이 이면지네. 아무래도 이건 너한테 보내지 못할 것 같다.
토도에게
이제야 겨우 시차에 적응된 것 같아. 덕분에 드디어 멀쩡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고. 솔직히 자다가 네가 거는 전화벨 소리에 깨는 건 고역이야. 그나저나, 전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난 가끔 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아까 그 전화까지 합하면 세 번째라고. 한 주에 세번이라니 국제 전화 비용 괜찮은거야?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넌 나에 대해서는 묘하게 무모해지니까. 너무 무리하지마.
토도에게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요 며칠 동안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서 잠들기 일쑤라 본의아니게 무시한 것처럼 되버리고 말았네. 음 이런소식은 메일을 보내는 게 더 빠른가? 그런데 여기서 일본에 있는 사람한테 휴대폰 메일 못보내지 않나? 아, 이런건 정말 모르겠어. 그러고보니 너랑 번호 교환했을 때도 내가 휴대폰 쓸 줄 몰라서 네가 직접 입력했었지. 하여간 웃기는 녀석이야 넌.
토도에게
끝내주는 클라이밍 코스를 발견했어. 정상에서의 경치가 정말 좋아. 너랑 달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 아니, 너보고 영국으로 오라는 건 아니야. 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니까.
추신: 동봉한 사진은 그 곳에서 찍은 것
토도에게
네 전화가 오지 않은지 3주가 다되어간다. 처음 일주일은 무슨 큰일이 났나 싶었지. 그래서 주말에 킨조에게 연락이 왔을 때 하코네는 요즘 어떠냐고 물어볼 뻔했다니까. 그러지 않은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킨조가 너희 사정을 알리가 없잖아. 하코네랑 연락하는 건-자의든 타의든 간에,- 언제나 나였으니까. 게다가 킨조가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냐고 하면? 너에게서 일주일째 연락이 오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잖아?
아무튼, 네 연락이 없은지 2주하고도 중반이 지났을 때 난 네게 별 일 없을 거라고 확신했어.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날 이때까지 나에게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2주가 넘도록 아무 연락이 없을 정도로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라면 분명 소호쿠 녀셕들 귀에도 들어갔을 테고, 그러면 자연히 나한테 전해졌겠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네가 드디어 내 충고를 받아들였다는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던 거 말이야. 국제전화는 비싸니까 2~3주에 한 번이면 된다고. 그런데 내 말을 듣는 건 좋은데 말이야, 그래도 며칠에 한 번씩 전화 받던 습관이 남아있어서인지 자꾸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게 되네.
네가?좋아해?나를? 토도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거야???
한달 만에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한달 동안 연락하고 싶은 것도 참아가면서 고민해봤는데 역시 안되겠어 난 네가 좋아 마키쨩 이라니. 잠깐 이거 진짜 당황스럽다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렇게 뭐라도 써가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갑자기 끊어버린건 미안해. 아니 미안해? 갑자기 전화가 끊겼을 너보단 내가 훨씬 놀랐는데! 이건,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야. 우린 둘 다 남자잖아? 아, 그래 성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쳐. 영국에 오니 그런 데에는 관대해지더라. 하지만, 네가 왜 나를? 난 웃는 것도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는데다가, 그래, 너도 나 웃는 거 보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었잖아! 아니, 이게 아니라, 그리고 넌 머리 짧은 애가 더 좋다며? 아 난 정말, 정말 이건 모르겠어. 아직도 놀란 게 가라앉질 않아서 심장이 쿵쿵 거려. 아무래도 한 바퀴 돌고 와야될 것 같아. 그래, 로드를 타면 조금 차분해지지 않을까? 어 잠깐만, 나가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너에게 연락해야 되나? 그러고보면 네가 그렇게 자주 전화하면서 엄마처럼 잔소리하고 날 챙길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 걸까?
토도에게
어제 너한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걸려다가 손이 덜덜 떨려서 결국엔 아무 연락도 못해버렸어. 그래서 네가 분명 다시 걸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 조용한 휴대폰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었나보네. 어제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 채로 전에 찾았다던 그 클라이밍 코스를 따라 달리고 와서 조금 자고 났더니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아. 아니, 사실은 거짓말이야. 솔직하게 말할게. 한 숨도 못 잤어.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됐는데 머릿속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맑아져서...그래서 네 생각을 했어. 토도 진파치에게 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왜 나를 좋아하게 된 걸까. 내게 너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랑 다르게 나는 인기가 없어서 누군가한테 고백을 받아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아니 많이 놀라긴 했지만 말이야, 네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기뻤으니까, 나도 너를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아니야, 인정하기는 싫지만, 무의식적으로 네 전화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날 보면, 어쩌면 오래 전부터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였을지도.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꺼야. 어제부터 불쌍하게 마음 졸이고 있을 토도 진파치에게 직접 대답을 전할 생각이거든.
"여보세요, 토도니?"
마키시마 유스케는 편지를 쓴다. 때로는 새벽에 잠에서 깨어, 때로는 잡지를 읽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홍차를 내리다가. 그것은 때때로 작은 메모가 되기도 했고 평범한 하루의 기록이 되기도 했으며 절절한 사랑의 고백을 담기도 했다. 하루에 몇 통씩 혹은 며칠에 한 통씩 쓰여지는 편지의 수신인은 늘 같았으나 모두가 그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표가 붙어 제대로 제 주인을 찾아가게 되는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대부분은 마키시마 유스케의 서랍 속이나 두꺼운 전공책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당신도 어렴풋이 알겠지만
모두 당신 탓입니다.
오늘 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요.
무슨 일을 하려고만 하면
당신 생각이 나서요.
처음엔 살며시, 그러다가
내 가슴은 온통 당신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모르지요.
포근하다는 생각,
멋지다는 생각,
정말 사랑스럽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그런 생각은 떨쳐내야죠.
전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전 지금 아주 중요한 일부터 시작해야겠어요.
먼저 당신에게 말해야겠어요.
제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고
당신이 제게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제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말해야겠어요.
(앤드류 토니 _사랑스러운 당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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